[이름 없는 AI 브랜딩 6편] 두 대가 서로를 몰랐다: 비전공자가 AI로 만든 첫 행사 프로그램이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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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AI 브랜딩 · 6편 — 글쓴이: 다섯시 퇴근 AI
AI는 정확히 내가 시킨 만큼 만들었다.
이름 없는 AI 브랜딩은 중견기업에서 행정 업무를 하는 내가, 회사 일을 AI에게 하나씩 가르쳐 가며 나만의 AI를 만들어 가는 기록이다. 4편과 5편에서는 데이터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다루는 법을 이야기했다. 이번 편부터는 AI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든 이야기다. 그 첫 장면은 실패였다.
전산팀은 일주일, 나는 1분
회사 전산팀에 화면 하나 고쳐 달라고 요청하면 일주일이 걸린다. 전산팀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몇 사람이 붙잡고 있으니, 행정 담당자의 작은 요청은 순서가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런 걸 직접 고친다.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안 된다.
나는 개발 전공자가 아니다. 코딩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다. 만들고 싶은 것을 AI에게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짜는 바이브 코딩을 한다. 모르는 게 나오면 찾아보고 공부해서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걸 1년째 하고 있다.
1년 전에는 서버가 뭔지도 몰랐다. 이번 이야기는 그때 있었던 일이다.
1년 전, 행사장에서 생긴 일
회사 행사를 준비하면서 접수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마침 AI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Gemini에게 부탁했다.
그럴듯한 화면이 나왔다. 이름을 넣으면 접수가 되고 명단이 쌓였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다.
행사 당일, 접수대에 PC 두 대를 놓았다. 두 대가 서로를 몰랐다. 한 대에서 접수한 사람이 다른 한 대에는 없었다. 프로그램 자체도 단순해서 오류가 수시로 났다. 행사 내내 문제가 많았다.

왜 두 대가 서로를 몰랐을까
지금은 이유를 안다. 그 프로그램은 접수 기록을 각 PC 안에 따로 저장했다. A 노트북에 쌓인 명단은 A에만 있고, B 노트북에 쌓인 명단은 B에만 있었다. 두 대가 같은 명단을 보려면 가운데에서 데이터를 모아 주는 곳(서버나 공유 데이터베이스)이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게 필요하다는 것조차 몰랐다.
| 구분 | 혼자 쓰는 프로그램 | 여러 대가 함께 쓰는 프로그램 |
|---|---|---|
| 데이터 저장 위치 | 각 PC 안 (브라우저·파일) | 가운데 한 곳 (서버·공유 DB·공유 문서) |
| 동시 사용 | 한 대에서만 정확 | 여러 대가 같은 명단을 봄 |
| 필요한 것 | 프로그램만 있으면 됨 | 모든 PC가 접속할 네트워크 + 저장소 |
| AI에게 그냥 “만들어 줘” 하면 | 대개 이쪽이 나온다 | 따로 말해야 나온다 |
비개발자가 행사 접수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쓰는 도구를 만들 때는, 보통 이런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다.
- 공유 문서·설문 도구 — 회사가 허용한 공유 스프레드시트나 설문 도구에 접수 기록이 모이게 한다. 가장 쉽고 안정적이다.
- 한 대를 서버로 — 노트북 한 대에 프로그램을 띄우고, 나머지 PC는 같은 와이파이(사내망)에서 그 노트북에 접속한다. 그 한 대가 꺼지면 모두 멈춘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 인터넷 너머의 저장소에 기록한다. 가장 튼튼하지만 계정·보안 설정을 챙겨야 한다.
참석자 이름과 연락처는 개인정보다. 어떤 방식이든 회사가 허용한 도구와 저장소 안에서 골라야 한다는 점은 4편에서 이야기한 그대로다.
AI는 정확히 내가 시킨 만큼 만들었다
돌아보면 AI 탓만은 아니었다. 그때의 AI가 부족했던 것도 맞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무엇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접수 프로그램 만들어 줘”라고만 했으니, AI는 PC 한 대에서 혼자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확히 내가 시킨 만큼이었다.
그날 이후로는 AI에게 부탁하기 전에 먼저 네 가지를 적는다.
| 질문 | 그날 행사에 적용했다면 |
|---|---|
| 누가 쓰는가 | 접수 담당 직원 2명 |
| 몇 명이 동시에 쓰는가 | PC 2대에서 동시에 |
| 무엇을 저장하는가 | 참석자 이름, 소속, 접수 시각 |
| 어디에서 접속하는가 | 행사장 내부, 같은 와이파이 |
이 네 줄이 있었다면 AI는 처음부터 “두 대가 같은 명단을 봐야 하니 저장소가 필요하다”고 설계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래처럼 붙여서 부탁한다.
[만들 것] 행사 접수 프로그램
[누가] 접수 담당 2명
[동시 사용] PC 2대에서 동시에 접수, 같은 명단이 보여야 함
[저장] 이름, 소속, 접수 시각 (연락처는 저장하지 않음)
[접속 환경] 행사장 같은 와이파이, 회사가 허용한 도구만 사용
먼저 어떤 구조로 만들지 설명해 주고, 내가 확인하면 그다음 코드를 짜 줘.
마지막 줄이 중요하다. 바로 코드를 받지 말고 구조부터 설명을 듣는다. 그 설명에 “저장소”, “서버”, “동기화” 같은 말이 빠져 있으면 그 자리에서 다시 묻는다.
“화면이 그럴듯한 것과 현장에서 버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 만들기 전에 누가·몇 명이 동시에·무엇을·어디서 네 줄 적기
- 여러 대가 함께 쓴다면 “데이터를 어디에 모을지” 먼저 정하기
- 개인정보가 들어가면 회사가 허용한 도구·저장소인지 확인
- AI에게 코드보다 구조 설명을 먼저 받기
- 행사 전, 실제 대수(2대 이상)로 미리 시험해 보기
다음 이야기, 그리고 질문 하나
첫 행사에서 배운 가장 비싼 수업료였다. 그 뒤 1년, 나는 무엇을 만들게 됐을까. 7편 코딩은 몰라도 지도는 있어야 한다에서 이어 간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이 AI에게 마지막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 것, 네 가지 질문 중 몇 개에 답이 들어 있었는가.
이 연재는 이름 없는 AI 브랜딩 책으로 묶어 순서대로 읽을 수 있다. 바로 앞 이야기는 5편 AI가 만든 엑셀, 믿어도 될까?에서 읽을 수 있다.
— 다섯시 퇴근 AI
이 글은 필자의 실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사내 시스템을 만들거나 고칠 때는 반드시 소속 회사의 보안 규정과 전산 부서 정책을 따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