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3편 매일 신입을 교육하는 기분: 반복 업무를 스킬로
이름 없는 AI 브랜딩 · 3편

[이름 없는 AI 브랜딩 3편] 매일 아침 AI에게 신입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반복 업무를 스킬로 만든 첫 번째, 회사 양식 PPT

2026년 10월 19일 · #AI스킬 #업무자동화 #PPT자동화 #업무용AI

교실처럼 꾸민 작은 사무실에서 지휘봉을 든 직장인이 책상에 앉은 AI 로봇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는 클레이 일러스트

이름 없는 AI 브랜딩 · 3편 — 글쓴이: 다섯시 퇴근 AI

AI를 쓰고 있던 게 아니라, AI에게 매일 신입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이름 없는 AI 브랜딩은 중견기업에서 행정 업무를 하는 내가, 회사 일을 AI에게 하나씩 가르쳐 가며 나만의 AI를 만들어 가는 기록이다. 개발자는 아니다. 2편에서는 AI에 끌려다니는 사람과 잘 쓰는 사람을 표로 나눠 봤다. 그리고 그 표의 왼쪽 칸에 서 있던 사람이 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편은 그 이야기다.

어제 쓴 문장과 똑같았다

회사에서 AI를 꽤 잘 쓰는 편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깨진 건 평범한 오후였다. 보고서 초안을 부탁하다가 손이 멈췄다.

보고서는 이 순서로, 표는 이 모양으로, 문장은 '~함'으로.

방금 친 문장이 어제 친 문장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AI를 쓰고 있던 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AI에게 신입 교육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AI는 똑똑했지만 우리 회사를 몰랐다. 대화창을 닫으면 그날 가르친 것은 사라졌다.

그래서 정했다. 반복되는 일은 매번 설명하지 말고 스킬로 만들어 두기로.

스킬이란

스킬은 AI에게 한 번 가르쳐 두는 업무 매뉴얼이다. 양식과 순서와 규칙을 적어 두면 AI가 매번 그대로 따른다. 내가 쓰는 AI 도구에서는 폴더 하나에 지침 문서와 템플릿 파일을 함께 넣어 두는 방식이다.

매번 하는 설명과 스킬은 이렇게 다르다.

구분매번 설명하기스킬로 만들어 두기
시작할 때양식·순서·말투를 처음부터 다시 적는다명령어 한 줄이면 된다
결과물그날 설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매번 같은 기준으로 나온다
빠뜨리는 것피곤한 날엔 설명 한두 개가 빠진다적어 둔 규칙은 빠지지 않는다
쌓이는 것없다. 대화창을 닫으면 끝고칠 때마다 매뉴얼이 좋아진다

무엇부터 스킬로 만들까

모든 일을 스킬로 만들 필요는 없다. 아래 질문에 “예”가 많은 일부터 고르면 된다.

스스로 묻는 질문왜 중요한가
한 달에 여러 번 반복하는가자주 할수록 아끼는 시간이 커진다
결과물의 모양이 늘 같은가양식이 정해진 일일수록 규칙으로 적기 쉽다
AI에게 매번 같은 설명을 하는가그 설명이 곧 스킬의 내용이 된다
결과가 맞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되는가확인이 쉬워야 스킬을 고쳐 가며 키울 수 있다

내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한 달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쏟던 일, 발표용 PPT였다.

사용량 한도가 올 때까지 고쳤다

목표는 하나였다. 회사의 기본 양식 위에 나만의 행정 감각을 얹는 것.

문제는 그때의 AI였다. 1년 전 AI는 지금보다 한참 부족했다. 원하는 결과를 좀처럼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PPT 템플릿부터 AI와 함께 만들었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몇 날 며칠, 사용량 한도에 닿을 때까지 붙잡고 있었다. 템플릿을 확정하고 나서야 그 내용을 스킬에 적었다.

글꼴, 색감, 구조, 글자 상자, 아이콘까지 전부 정해 두었다. 특히 AI가 습관처럼 붙이는 기본 이모지는 정말 싫었다. 제목에는 로켓, 소제목에는 반짝이, 요약에는 전구, 결론에는 체크 표시. 그런 제목을 단 PPT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면, 내용을 보기도 전에 “AI가 만들었구나” 소리가 먼저 나온다. 그래서 아예 금지 규칙에 넣었다.

항목내 PPT 스킬에 정해 둔 것
바탕회사 기본 양식
글꼴Pretendard Variable
상자와 구성shadcn/ui 스타일
아이콘Lucide 아이콘
금지AI 기본 이모지

스킬이 일하는 방식도 내가 정했다

디자인만 정한 게 아니다. 스킬이 어떻게 일할지도 정해 두었다.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방식이럴 때 쓴다
대화형내용이 아직 덜 정해져서, 나와 주고받으며 빈 곳을 채워야 할 때
변환형이미 정리된 자료가 있어서, 그대로 PPT로 옮기면 될 때
기준형목차 같은 뼈대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채워야 할 때

규격을 적는 것보다 템플릿을 주는 게 정확했다

저장하는 방식도 바꿔 봤다. 처음에는 PPT 규격을 md 파일에 글로 적어 두었다. md 파일은 메모장처럼 글자로만 적는 문서라 AI가 읽기 쉽다. AI는 그 규격을 읽고 매번 PPT를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써 보니 다른 방식이 훨씬 정확했다.

저장 방식AI가 하는 일써 보니
규격만 글로 적어 두기규격을 읽고 매번 새로 그린다그때그때 모양이 조금씩 어긋났다
완성 템플릿을 저장해 두기잘 만든 장표에 글자만 바꿔 끼운다모양이 흔들리지 않았다

잘 만든 한 장을 주고 내용만 갈아 끼우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정하다 보니 스킬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틀이 됐다. 지금은 새 스킬도 같은 순서로 만든다.

  1. 템플릿을 AI와 함께 만든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친 뒤 확정한다.
  2. 규칙을 적는다. 글꼴, 색, 구성, 그리고 하지 말 것까지.
  3. 일하는 방식을 고른다. 대화형, 변환형, 기준형 중에서.
  4. 템플릿을 저장한다. 매번 새로 그리지 말고 글자만 바꾸게 한다.
  5. 써 보면서 고친다. 결과가 어긋나면 그 자리에서 규칙을 한 줄 더한다.

이제는 명령어 하나

내 PPT 업무는 크게 세 단계다.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서 정리하고, PPT로 만든다. 그중 가장 뒷단인 PPT 만들기를 스킬로 만든 것이다. 지금은 가공된 데이터를 넘기고 한 줄만 보낸다.

회사 양식으로 PPT 만들어.

회사 기본 양식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 위에 내 기준을 얹어 AI에게 가르쳐 둔 것, 그게 내가 말하는 나만의 AI 브랜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AI에게 자기 일을 가르친 사람은 드물다.”

하나 덧붙인다. 스킬에 적는 것은 양식과 규칙이지 실제 업무 데이터가 아니다. 템플릿 안에 실제 고객 이름이나 대외비 숫자를 예시로 남겨 두지 않는다. 회사 데이터를 AI에게 어디까지 보여 줄지는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룬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 이번 주 AI에게 두 번 이상 똑같이 한 설명 적어 보기
  • 그중 한 달에 여러 번, 모양이 늘 같은 일 하나 고르기
  • 마음에 드는 결과물 한 장을 템플릿으로 확정하기
  • 글꼴·색·구성·금지할 것을 규칙으로 적기
  • 스킬 파일과 템플릿에 실제 업무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다음 이야기, 그리고 질문 하나

그런데 스킬에 넘기는 그 ‘가공된 데이터’는 어디서 왔을까. 사실 그것도 AI가 정리해 준다. 그 이야기는 4편 고객 이름, AI에 그대로 넣어도 될까에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이 이번 주 AI에게 두 번 이상 똑같이 한 설명은 무엇인가. 그게 당신의 첫 번째 스킬이다.

이 연재는 이름 없는 AI 브랜딩 책으로 묶어 순서대로 읽을 수 있다.

— 다섯시 퇴근 AI


이 글은 필자의 실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함께 썼다. 회사에서 AI를 쓸 때는 반드시 소속 회사의 보안 규정과 AI 사용 지침을 따르길 바란다.